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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지금, 씨네21이 만난 매니지먼트사 대표 8인과의 인터뷰
야수파 ・ 2023. 4. 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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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나오는 시대에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어떤 풍경으로 진화하고 있을까. 스타 배출에 집중하는 대형 기획사 전성시대가 끝나자 2000년대 초 전문화에 집중하는 부티크 매니지먼트들이 두각을 드러냈고, 지금 한국 매니지먼트 업계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바야흐로 진화 중이다. 삶과 작품을 두루 공유하는 배우들의 내밀한 동반자이자 비즈니스 파트너, 제작자로 역동적 관계를 구축 중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8인의 현재를 청해 들었다.
연예계 매니지먼트 최고참이라 불리는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는 배우에 집중하는 매니지먼트 전통 명가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꾸준한 세대교체로 구교환, 박은빈 등 간판스타를 지속적으로 배출 중이다. 한국 매니지먼트 중 가장 강력한 대중적 인지도를 자랑하는 키이스트에 둥지를 튼 박성혜 대표는 베테랑 매니저이자 제작자로의 개성 있는 색깔을 발휘해 본격적인 글로벌 무대로의 확장에 나서고 있다. 국내 매니지먼트 산업이 전문화, 체계화되는 변화의 과정에 기여한 젊은 매니저들 중 은행원·음반 기획사 출신의 독특한 이력으로 일찍이 주목받았던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발빠른 안목과 추진력으로 공동 제작의 역량을 쌓아 소속 배우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매니지먼트의 본질을 세공 중이다. 영화·드라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자사 배우와 작품의 시너지는 물론 버추얼 휴먼 배우가 활약하는 날을 꿈꾸며 미개척지에 발을 디뎠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서부터 공유, 공효진, 전도연 등 오랜 브랜드를 구축해온 배우들을 제각기 적재적소에서 소개하는 김장균 매니지먼트숲 대표는 배우들의 버팀목으로 변함없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권오현 앤드마크 대표는 김혜준, 전종서, 신시아 등 루키들의 든든한 발판으로 신진 매니지먼트 중 배우진의 확장과 제작 영역 모두 고속 성장세를 보여주고,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로 매니지먼트를 시작한 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정호연, 김민하 등 잭팟 신인 발굴의 출처가 됐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앤피오엔터테인먼트를 새로 설립해 박서함, 신예은 등을 궤도에 올려놓은 변호사 출신의 표종록 대표는 웹소설, 대만영화 리메이크 등 10대들이 반응하는 IP 발굴에도 뛰어들었다. 콘텐츠 제작 사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글로벌 팬덤이라는 새로운 시장, 빠르게 변화하는 SNS 시대의 소통 공식 등 달라진 매니지먼트 회사의 갖가지 전략과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쏟아지는 콘텐츠의 포화 속에서 배우들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에 주목하며, 요즘 배우들이 ‘뜨는’ 풍경도 정리해보았다.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
김종도 대표의 맥북 배경 화면에는 소속 배우 35명의 얼굴이 떠 있다. “잠에서 깨자마자 배우들 얼굴 한번 쭉 보는 게” 30년 넘게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일해온 그의 첫 일과다. 공대를 졸업하고 1991년 보조 출연자 관리반장을 맡으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매니저로 일하던 아이스타즈가 문을 닫자 그 시절 인연을 맺은 김주혁, 문근영, 도지원, 김혜성 등과 함께 2004년 나무엑터스를 만들었다. 박중훈, 유준상, 이준기 등 단단한 뿌리부터 박은빈, 강기영, 송강, 구교환, 박지현 등 독보적인 매력으로 팬층을 두텁게 쌓은 배우들까지 나무엑터스에는 믿고 보는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매니저는 배우의 페이스메이커’라는 철칙으로 일해온 김종도 대표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다. 요즘의 관심사나 고민, 비전을 물어도 배우 한명 한명을 언급하며 ‘그에게 필요한 것을 어떻게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답이 되돌아온다. 노안이 빨리 올 만큼 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매일 시청률과 대중의 반응을 피드백하며 배우의 의상부터 헤어스타일까지 깐깐하게 신경 쓰는 김종도 대표는 말 그대로 19년째 배우와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다.
- 최근 몇년간 나무엑터스의 원년 멤버가 떠나고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했다.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이 들린다.
= 페이스메이커로 배우와 같이 뛰어야 할 때가 있고 앞에서 끌거나 뒤에서 밀어야 할 때가 있다. 박은빈 배우는 스타가 됐지만 신경 쓸 일이 또 많다. 박지현 배우도 <재벌집 막내아들>로 지난해 이슈가 됐지만 올해 토대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 조우리 배우나 이정하 배우처럼 주인공이 될 만한 배우들을 끌어올릴 기회도 필요하다. 초기에는 나무엑터스가 신인을 발굴하는 회사로 알려졌는데 언젠가 ‘나무엑터스도 주인공 매니지먼트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이게 아니다 싶어 신인개발팀을 강화했다. 그렇게 송강 같은 신인을 발굴하고 영입한 배우들은 새로 빌드업시키는 식으로 세대교체를 해나갔다.
- 배우의 굳건한 토대를 다지는 일은 어떻게 수행되나.
= 당연히 작품이다. 8할은 배우가 지닌 능력이지만, 나머지 2할의 환경도 중요하다. 영화사, 방송사 등 프로바이더가 배우에게 관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라이징 스타라고 홍보하고 다니는 게 내 일이다. 플랫폼이 늘고 제작자도 좋은 배우를 찾고 있으니 토대를 선점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어떤 배우들은 1년치, 심지어 2년 가까이 스케줄이 꽉 차 있다.
- 작품을 보는 눈이 중요하겠다. 어떤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검토하나.
= 어떤 배우는 캐릭터가 필요하고 어떤 배우는 장르적인 색깔이 필요하다. 배우 한명 한명을 대입해보면서 생각한다. 소재나 스토리도 본다. 선택의 결과가 1년 후에 나타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잘 모르고 있거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을 텐데.
= 내 역할이 스피커다. 프로바이더에게 계속 얘기한다. ‘이 배우는 이런 캐릭터를 잘해낼 거야. 기대해봐.’ 예전에 윤제균 감독에게 김주혁 배우를 <공조>의 악역으로 추천했다. 그때만 해도 주혁이는 휴 그랜트였다. 그런데 웬 악역? ‘쟤 안경 뒤의 눈빛이 장난 아니야’ 하면서 프로바이더를 자주 만나 캐릭터에 대해 계속 설명하다보면 그들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나도 계속 고민한다. 구교환 배우가 멜로를 한다면 어떤 사랑의 모습일까? 슈트를 입은 스마트한 모습은 어떨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상상하는 거지. 너무 재미있다.
- 나무엑터스는 배우 매니지먼트에 전념하고 있다.
= 제작이든 뭐든 잘할 수 있으면 했을 거다. 대장의 캐릭터마다 회사 구조가 다를 텐데 나는 멀티가 안되는 사람이다. 잘하는 사람을 데려와야 할까? 계속 매니지먼트만으로 될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리스크가 따른다. 매니지먼트가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 더 어렵다. 배우를 위해 외길을 가야 하는데 외길로만 가서 먹고살 수 있을까? 딜레마다. 큰 욕심 없이 꾸준히 성장해온 나무엑터스의 20년은 긴 시간이고, 시간으로 빚어낸 정통성은 중요한 가치다. 어떤 길을 택하든 이 정통성을 잊지 않고 지켜나가고 싶다.
- 대표와 배우들과의 끈끈한 관계로도 유명하다. 모든 매니지먼트가 배우를 위하고 아낄 텐데 특히 나무엑터스가 사람 중심의 회사, 사람을 키우는 회사로 꼽히는 까닭은 뭘까.
= 내 자산은 사람밖에 없다. 소통이 중요하다. 점점 배우들과 나이 차가 벌어지지만 계속 스킨십하고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내 경험을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또 발견한다. 30년을 매니저로 일했으니 보이는 게 있잖나. 가끔 내 의견을 강요하기도 한다. 직원들과 부딪힐 때도 있는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자는 얘기를 할 때다. 내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부품이 깨지면 교환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라는 거지. 사람한테는 시간이 중요해서 선택을 잘못하면 되돌릴 수 없다. 한 사람의 미래를 책임지는 비즈니스라 늘 신중하고 함께 두들겨가며 가려고 한다.
- 좋은 멤버를 영입하는 것도 매니지먼트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어떤 기준으로 새 식구를 들이나.
= 매력이 충분한데 어딘가 부족한 점이 눈에 띌 때 끌린다. ‘뜰 것 같은데 왜 안 뜨지?’ 싶은 배우를 보면 우리 배우로 빌드업하고 싶다.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를 보는데 강기영 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주혁이 같은 느낌이 들더라. 지인을 통해 강기영 배우의 계약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봤다. 전 회사에서 정말 잘한 거다. 신인을 그만큼 올려놨으니까. 강기영 배우를 데려올 때 전 대표님한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이 배우로 어떻게 그림을 만들어갈까 고민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감독을 만났다. 최근에 이태원을 걷다가 강기영 배우의 택시 광고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야, 드디어 네가…! (좌중 웃음) 이런 맛이다. 매니저 초창기 때 밴을 처음 보는 순간, 나도 저 밴 한번 타봤으면 하고 꿈꿨고, 서울에 처음 올라와 대형 간판을 보면서 우리 배우들 사진 한번 저기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바람을 이루어가는 재미로 일한다.
-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회장과 고문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30년 넘게 일하며 대표님과 나무엑터스가 일군 가장 큰 업적이라면.
= 매니지먼트가 이 산업의 일원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애를 많이 썼다. 예전에 영화 고사장에 가면 매니저는 항상 구석에 있거나 운전기사 다음으로 불리곤 했다. 한번은 너무 화가 나서 ‘너희는 작품 들어갈 때 누구부터 만나냐. 시작할 땐 뭐든 내줄 것처럼 하더니 막상 작품 들어가면 스탭에 대한 예우가 없다. 우리도 일원이니까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번 고사장에서는 ‘김종도 대표님 먼저 나오시죠’ 하더라. (웃음) 매니저업이 음지에서 양지로 가는 데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매니저가 엄연한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신입 매니저들을 만나면 ‘너 왜 매니저 됐느냐’고 묻곤 하는데 다들 꿈이 크다. 그럴 때 자랑스럽다.
배우 구교환이 말하는 김종도 대표
“매니지먼트의 로맨티스트. 대화할 때 늘 교감하는 기분이 든다. 시나리오 분석력이 탁월한데 생각보다 감성적으로 판단하고 본능적으로 얘기한다. 거기서 오래한 사람 특유의 감각이 묻어난다. 가끔 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선택을 한다. 시나리오를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 자기만의 방정식이 생긴 듯하다. 마치 손재곤 감독의 단편, <감독 허치국(너무 많이 본 사나이)>처럼. 더불어 흥망성쇠를 많이 본 사나이랄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데 그런 대화 속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김장균 매니지먼트 숲 대표,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눈이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함께하는 일이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라 모든 과정에 사람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모든 문제를 대화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유기도 하다.” 전도연, 공유, 공효진, 정유미, 최우식, 수지, 남지현 등 굵직한 배우들과 매니지먼트숲이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김장균 대표가 답했다. 그의 말은 결국, 오랜 여정을 동료들과 같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너그러운 마음과 넓게 멀리 보려는 거시적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너무나 많은 게 빨리 바뀌고 미래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김장균 대표는 동료들을 위해 안정적인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그의 숲은 많은 것을 보존하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 2011년 매니지먼트숲을 시작했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외향적인 성향도 아닌 청년 김장균이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어떤 확신이 있었던 건가.
= 사업에 대한 확신보다 마침 그럴 타이밍이 됐던 것 같다. 당시 매니저 10년차로 번아웃이 크게 왔다. 혼자서 배우 50여명을 케어했는데 과중된 업무로 한명 한명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했다. 마음 한구석에 배우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져가면서 미안함이 고민이 되고 고민이 늘자 회의감이 들었다.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니지먼트숲을 시작했다. 그저 일의 재미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지난 시기를 반추해볼 때 처음 매니지먼트숲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생존해낸 것 아닐까. (웃음) 그때보다 조금씩 단계별로 성장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그사이에 함께 발을 맞춰가는 배우의 수도 늘었다. 성장과 확장을 이룬 바탕엔 변하지 않는 우리의 진정성이 있다. 작품을 결정할 때 배우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진심으로 고민을 나눈 시간이 쌓여 지금에 이른 것 같다.
- 2001년 싸이더스HQ에서 매니저로 입문했으니 장장 22년차를 지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워낙 트렌드가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한다. 다변하는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요소가 있다면.
= 트렌드 파악, 업계 이해도, 넓고 안정적인 관계망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이런 건 사실 기본적으로 견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배우 엔터테인먼트사로서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눈이다. 아무리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트렌드가 쏟아져도 양질의 콘텐츠를 향한 대중적 관심과 이야기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작품의 기준을 딱 한 가지로만 짚어내긴 어렵다. 배우 입장에서 지금까지 맡은 배역의 맥락이나 겹치는 이미지가 있진 않은지, 어떤 면에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확인한다.
- 2022년 한해를 자평해본다면. 남지현 배우의 <작은 아씨들>, 서현진 배우의 <왜 오수재인가>, 남주혁 배우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멤버>, 수지 배우의 <안나> 등 소속 배우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졌다.
= 회사 내부에서는 2022년을 여러모로 예년보다 성장한 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외부 평가도 신경 쓰지만 그만큼 배우 당사자의 내적 성장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지난해의 결과물들이 좋았다. 작품의 호응도 컸고 배우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 무수한 작품을 배우들과 함께 좇아야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한편을 꼽는다면.
= 이런 질문이 제일 난감하다. (웃음) 그런데 지난해엔 좋은 작품이 쏟아져서 지켜보며 정말 행복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질문에 꼭 답해야 한다면…. 수지 배우의 <안나>. 작품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수지 배우가 <안나>를 겪어나가는 과정이나 작품을 마친 뒤 배우의 생각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 배우들이 작품을 선정할 때 어느 정도로 관여하나.
=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최대한 다각도에서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눈이 많을수록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낼 수도 있고, 매니지먼트사가 생각하는 우려와 배우가 생각하는 우려를 맞춰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 점에서 보완해야 하고 준비가 필요한지 명료하게 파악하게 된다. 내부적으로 파생되는 물음표를 최대한 제거한 후 작품을 선택하려 한다.
- 중견배우뿐 아니라 신인 자리를 벗어나 자기만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배우들도 눈에 띈다. <사랑의 이해> <좋아하면 울리는>의 정가람 배우, <소울메이트> <죄 많은 소녀>의 전소니 배우와 함께하고 있다.
= 정가람 배우가 출연한 영화 <4등>을 인상 깊게 봤다. 직접 만나보니 역할과 실제 모습 사이 약간의 갭이 있더라. 무척 순수했다. <4등>의 연기가 워낙 좋았던 터라 계약을 하기까지 고민이 크지 않았다. 또 전소니 배우는 긴 대화를 통해 확신이 들었던 친구다. 좋아하는 영화부터 취미, 음악 등 일상적인 이야길 나누다 보니 우리와 결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8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니지먼트숲을 인수했다. 이러한 변화로 매니지먼트숲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 사석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솔직히 말하면 결정 과정에서 나와 우리 직원들도 상전벽해하는 변화가 생길까봐 고민했다. 예를 들면 매니지먼트숲은 매출과 성과로만 움직이지 않는데 그래야만 하는 일들이 벌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논의 과정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회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려 했고 실제로 매니지먼트숲의 성향을 지금까지 견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점도 크다. 탄탄한 대기업이 파트너로 있으니 안정된 기반 위에 있다는 느낌이 들고, 기획 단계의 작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 팬들을 위한 매니지먼트숲의 자체 콘텐츠가 인상적이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소속 배우들이 다른 데서는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 팬 서비스 목적으로 시작한 콘텐츠다. 팬들이 배우들을 작품 캐릭터 말고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점이 아쉬운데 예능 프로그램은 조금 어렵고. 그래서 우리가 편하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영상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배우들도 있다. 팬들로부터 반응이 좋았던 낚시 여행 에피소드는 공유 배우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던 거다. 노래방은 잠시 만들어둔 거였는데 배우들이 와서 놀고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없애지 못하고 있다. (웃음)
-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매니지먼트사가 다루고 케어해야 할 범위가 과거보다 더 넓어졌다. 산업 전반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 특별히 매니지먼트의 방향성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업무량이 훨씬 는 건 사실이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제안받고 검토해야 할 작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 OTT가 세계 시장과 연결되면서 자연스레 글로벌 활동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도 보편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었는데 지금은 국가적 경계가 희미해지고 접근도 쉬워졌다.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배우 공유가 말하는 김장균 대표
“함께 일하면서 우선순위가 돈이었다면, 어쩌면 우린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돈 앞에 의연한 매니저라 좋았고 인색하지 않은 형이라 고맙고 언제나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려주는 친구라 덜 외로웠다. 그렇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따로 또 같이 근 17년을 함께 하는 사람.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가 정확히 몇 해를 함께 보냈는지 궁금해 김장균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형, 우리가 같이 일한 지 한 15년?
김장균 대표: 2006년부터니까..16년? 17년? 지겹누… ㅋㅋ
나: 오래도 했네.
김장균 대표: 근데 갑자기 왜?
나:그냥… 20년 채우고 그만하려고 물어본 건데 아직 좀 남았네. ㅋㅋ
김장균 대표: 놉! 30년.
나:….
김장균 대표: 못 가.
지겨운 사람.”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 “최상의 작품, 찾거나 직접 만들거나”
대표실에 들어갔더니, 정중앙에 싱크대가 보인다. 손석우 대표가 사람들과 격의 없이 대화할 때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작은 다이닝 바다. 그 옆에는 벽을 바라보고 놓인 책상이 흡사 학생들이 공부하는 독서실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손 대표는 늦은 밤까지 그곳에서 시나리오를 읽는다. 2006년 배우 이병헌과 함께 직원 3명 규모의 BH엔터테인먼트를 차린 그는 현재 약 80명이 함께 일하는 배우 명가 브랜드를 일궈냈다. “매니지먼트사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최적의 시대가 찾아왔고, 서로 결이 맞는 배우와 직원들이 서로 끈끈한 결속력를 더하고 있다는 데 확신을 느낀다”는 손석우 대표의 말처럼, BH엔터테인먼트는 <출장 십오야>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특유의 친밀하고 편안한 팀워크를 엿보게 해 업계의 은근한 부러움도 사고 있다.
- 싸이클론엔터테인먼트 소속 당시 다른 매니저를 대신해 현장을 나가 이병헌 배우를 만난 우연을 계기로 쭉 함께하게 됐다. 이병헌 배우가 먼저 알아보고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는데, 당신의 어떤 점에 호감을 가졌다고 하던가.
= 2001년 가을이었다. 금융권 출신인 내겐 당연했던 체계가 주먹구구식 엔터 업계에선 전혀 통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문서로 스케줄링해서 프린트하는 일이 몸에 배어 있었으니 당연한 걸 해서 배우들에게 정리해주었을 뿐인데 아마도 당시 이병헌 배우의 눈에는 조금 달리 보였던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웃음)
- 얼마 전엔 박지후 배우의 깜짝 시상으로 2022 에이판 스타 어워즈에서 베스트 매니저상을 받았다. 매니저 커리어에서 특별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
= 커리어의 리듬상 정체되어 있거나 내리막에 있는 배우들을 잘 매니징해 전성기로 올릴 때 어느 매니저나 기쁠 것이다. 배우 김민희의 <화차>와 <연애의 온도>, 한지민의 <미쓰백>을 하면서 이 배우들의 커리어에 역점이 생겨난 게 좋은 예다. 한지민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자기가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곤 했다.
- 한해에 BH로 몇편의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어떻게 검토하는가.
= 현재는 시나리오팀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고 7명의 팀장과 1명의 제작 프로듀서, 그리고 나까지 9명이 책을 나눠 받아 1차 필터링을 한다. 1년에 평균 500여권 이상 들어오는데 그중 만화 읽듯 정신없이 읽게 되는 책은 1%다. 그런 작품은 시청률이 잘 나오든, 혹은 흥행은 부진해도 평단과 마니아의 찬사를 받든 무엇 하나는 해낸다. 우리 경우엔 2021년에 책이 가장 많이 들어왔는데 640건 정도. 1, 2등이 어떤 작품이었냐면 <작은 아씨들>과 <더 글로리>였다. 명확했다. 그래서 <작은 아씨들>은 어떻게든 우리 배우들을 포진시키고 싶었고(김고은, 박지후, 추자현), <더 글로리>는 전재준 역에 박성훈 배우가 함께했다.
- 제작자로의 진화를 모색 중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주도적으로 기획한 경우인데.
= 지금 시류에서는 매니지먼트가 제작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작에 있어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져가야 할까. 나는 그 근간이 결국 배우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쪽이다. 우리가 원하는 책이 늘 시장에 있지는 않다. 추자현 배우도 우리끼리는 ‘힘이 싹 빠졌다’라고 표현하며 연기 내공에 완전히 물이 오른 시기라고 보고 있는데- 이만한 경력에도 계속 진화한다는 게 놀랍지 않나?- 그에 걸맞은 작품을 찾기가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도 시작은 교수 캐릭터를 유지태 배우에게 주고 싶어서였다. 판권 협의가 잘 성사됐고 각색 작가를 물색해 순탄하게 진행됐는데, 솔직히 결과가 아쉽기는 하다. 다만 첫 기획·공동 제작 작품으로 모든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 재난물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바둑영화 <승부>까지. 자사 배우가 출연하고 공동 제작한 두개의 중요한 작품이 올해 공개된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모든 캐릭터를 우리 배우가 해도 좋겠단 욕심이 들 정도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로 뛰어갔는데 변승민 대표가 나를 자제시켰다. (웃음) 결과적으로 이병헌, 박보영, 박지후 세 배우가 합류했고 제작에도 의기투합하게 됐다. 감히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 이병헌 배우가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노릴 수 있을 거라 본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내부자들> 때와 비슷한 느낌이 온다.
- 2023년 BH 배우들 중 특히 누구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 <더 글로리> 2부에서 진가를 보여줄 박성훈, 그리고 이희준! <핸섬 가이즈> <살인자ㅇ난감> <지배종> <보고타> <황야>까지 이희준 배우가 아주 코믹한 캐릭터, 엄청난 빌런 등을 오가며 1년 반 사이에 다섯 작품 정도 쏟아낼 텐데 기대해도 좋다. 나를 언제나 완전한 관객으로 만들어주는, 정말이지 희한한 재능의 소유자다.
- 2018년 연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BH를 인수했다. 카카오라는 거대 우산 아래 들어가면서 어떤 시너지를 얻고 있나.
= 카카오에 윤종빈 감독의 월광과 같은 양질의 제작사가 합류하면서 <승부>의 초안 단계부터 같이 조훈현 감독의 다큐를 찾아보며 논의했다. 신우석 감독(돌고래유괴단)도 눈여겨보는 창작자다. 이병헌 배우가 함께한 <브롤스타즈> 광고 때 처음 만났는데, 나는 그가 앞으로 영화를 한다고 하면 반드시 같이하고 싶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역시 고민 없이 박지후 배우를 출연시켰다.
-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 다각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위버스와 버블 같은 형태의 팬덤 관리 프로세스를 하이브, SM 등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진영 배우의 5개국 팬미팅 등 현재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BH 주요 배우들에게 들어오는 팬미팅 제안과 모객 단위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런 네트워킹 안에서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 굿즈 유통 등을 병행해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배우 이병헌이 본 손석우 대표
“‘이제부터 함께하게 된 손석우라고 합니다.’ 그가 내게 건넨 첫인사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처음 내게 와 인사를 했던 순간부터 어쩌면 난 이 친구와 내 연기 인생을 오래 함께하게 되겠구나 직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1)처럼…. 그렇게 현장 매니저를 시작으로 함께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다. 공과 사를 막론하고 가족보다도 더 많은 일들을 함께해왔으니 만일 훗날 나의 이야기가 책으로 집필된다면 믿고 맡길 유일한 친구가 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오랜 시간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는 데에는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가 서로 조화롭게 갖춰져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더 중요한 것은 변함없는 ‘성실함’과 ‘인간미’라고 생각된다. 어른이 되어가며 선인들의 말이나 속담이 진리라는 생각에 무릎을 치는 일이 더 잦아지지만 가끔 예외가 있기도 하다. 고인물은 썩는다지만 손석우의 고인물은 여전히 맑기만 한 것처럼.”
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 “타이밍을 잡는 기술이 능력을 보여준다”
원래 광고마케팅을 하던 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계가 명확한 제품과 달리 좋은 환경에서 점점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지닌 경쟁력에 주목하며 매니지먼트 업계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 <파친코>의 김민하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들 드러낸 배우들을 매니지먼트하며 화제가 돼 등 해외 유명 매체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새로 이사한 청담동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이소영 대표를 만났다.
- 사람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가 어느덧 40명이 넘었더라.
= 배우들이 다양한 파이프라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다 보니 소속 배우가 많아도 많다고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다. 비슷한 플랫폼에서 일을 하지 않고 각자 다른 라인에서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업계 분들도 “언제 이렇게 배우가 많아졌어요?”라며 놀란다. (웃음) 뜰 것 같은 배우를 모두 받는 게 아니라 배우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구분해서 어떻게 브랜딩을 해주면 될지 판단이 설 때 한명 한명 계약한다.
- 마케터 출신이기 때문에 배우를 영입하고 매니지먼트하는 방식도 조금 다른 것 같다.
= 처음 배우와 만났을 때 한번에 계약을 결정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보는 편이다. 배우가 무엇을 꿈꾸고 원하는지 들으면서 그의 개성과 철학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그렇게 배우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본성을 뽑아낸 후 이를 브랜딩할 수 있게 세팅한다. 전체 계획에 대한 시물레이션과 이미지네이션은 오래 걸리지만 그다음 디테일을 결정할 땐 오히려 쉽다. 그리고 천천히 가는 배우가 더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도 있다. 이런 철학을 공유하는 배우가 회사에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 작품 선택도 처음에 그린 설계도를 따라갈 수밖에 없겠다.
= 우리가 생각하는 배우의 브랜드와 상생할 수 있는지 본다. 배우는 자기가 원하는 연기를 할 수 있고, 회사에는 작품 홍보를 포함한 다양한 과정이 소스가 된다. 작품을 결정하는 단계부터 많은 회의를 거쳐 새로운 컨셉을 피버팅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때도 배우와 MC의 캐릭터 조합, 타이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전략을 짠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전체 유리에 금이 가게 할 수 있다. 배우의 감성, 철학, 그를 둘러싼 환경, 꿈꾸는 비전 등 디테일 하나하나를 쌓아주는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인다. 그렇게 형성된 아이덴티티가 스타성의 기본이 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엔터 사업이라는 게 예측할 수 없는 외부 리스크가 많다. 원래 도면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 아예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웃음) 리스크가 생겨도 나와 아티스트가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결국 해결된다는 믿음이 있다. 사실 매니지먼트사 대표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리스크 관리다. 하지만 배우의 향후 10년을 보고 기획하기 때문에 기초 골자와 최종 목적지는 정확하게 갖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극장 개봉이 밀리는 등 매니지먼트사 입장에서 변수가 많지 않았나.
= 코로나19 직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하늬 배우와 나, 데이비드 엉거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그룹 대표가 함께 세미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글로벌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하늬와 함께 미국에 한번 들어갈 때마다 20~30개 미팅을 소화했다. 그들의 문화, 생각, 화법을 알아야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험으로부터 OTT 시리즈의 중요성을 배웠고, 회사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출연시켰다. 그래서 코로나19 때도 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은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 <파친코>의 김민하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 둘은 굉장히 다른 경우다. 모델은 디자이너의 영감을 걸으면서 표현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매력을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잘 알고 센스가 좋다. 그런 친구들을 영입하고 싶다고 직원들에게 한참 얘기할 때 우연히 어느 행사장에서 정호연 배우를 만났다. 실제로 좋은 목소리도 갖고 있어서 바로 다음날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자고 했다. 김민하 배우는 이미 <파친코> 촬영을 마친 뒤 만났다.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배우가 선자 역에 캐스팅됐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그래서 미팅 내내 김민하를 관찰하면서 왜 그가 발탁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가 가진 유니크함을 찾으려고 했다.
- 정호연 배우가 <오징어 게임> 오디션을 본 스토리도 극적이다.
= 황동혁 감독님이 <오징어 게임> 대본을 쓴다는 얘기가 들려올 때부터 작품을 기대했고,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 새벽 캐릭터를 누가 연기할지 궁금했다. 당시 정호연 배우가 미국쪽에서 쇼 계약을 해둔 게 남아 있어서 “모델 활동을 하고 있어라. 나는 좋은 작품을 찾고 있겠다”며 열심히 정호연 배우에 대해 탐구하고 있을 때였다. 황동혁 감독님에게 패션 영상 작업물 중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클립을 보내며 “아직 연기 경험이 없지만 충분히 연기를 할 줄 아는 친구”라며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부탁했고, 해외에서 직접 오디션 대본을 연기한 셀프 테이프를 찍어 보냈다. 한국에서 한번 더 만나기를 원하셔서 당시 정호연 배우가 해외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한국에 들어오는 과감한 베팅을 했다.
- <오징어 게임>이 잘된 이후 타이밍 좋게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 모든 건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잡는 기술이 마케터로서의 능력을 보여준다. 전세계 에이전트와 프로덕션사에서 오는 미팅을 리스트업하고 약속을 잡을 때 정보를 취합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았다.
- 5년 전에도 회사 내에 글로벌팀이 따로 있었던 것을 보면 일찍부터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던 것 같다.
= 예전부터 사람엔터테인먼트 미국 지사를 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회사의 다음 단계 목표이기도 하다. 최근의 성공이 단편적인 신기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짜고 투자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업계에서 진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현지 기업과 바로 손을 잡기보다 미국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한국 회사와 함께하는 쪽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해외에서 한국 반응을 신경 쓰는 것은 한국인의 취향과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베이스캠프가 중요하다.
배우 한예리가 말하는 이소영 대표
“연기의 ‘연’ 자도 잘 모르는 나를 영업하기 위해, 감독과 제작사와 매번 5시간이 넘는 미팅을 하며, 이소영 대표는 입에 침이 마르게 나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족도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이다.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배움과 토론을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이 많은 배우들을 자라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사랑이 큰 사람이다. 사람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나는 그 사랑을 듬뿍 먹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배우마다 얼마만큼의 물을 주고 습도를 맞추고 햇빛을 줘야 하는지 그녀는 매번 끊임없이 고민한다. 요즘은 콘텐츠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고 한국의 엔터가 나아갈 방향과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것이 다시금 배우들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나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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